산업공학과와 함께 하는 혁신아이콘 UX
나대열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UX혁신디자인연구소
서론
산업공학이 UX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며, 그 상호관계는 그 근간을 짚어갈수록 더욱 인터랙티브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산업공학과 관련한 인지공학, 인간공학 및 여기서 파생된 산업계 인력들의 산학연등에서의 활동은 UX의 발전에 뿌리와 같이 지속적인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본 논고에서는 UX의 혁신사례를 중심으로 산업공학과의 밀접한 관련성을 짚어보고, 이로 부터 UX업계의 발전을 위한 상생적 공생관계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본론
1. UX와 산업공학의 관련성
‘Designing for Interaction’을 쓴 Dan Saffer는 아래와 같이 UX관련 분야를 기술하고 있다.정의에서 빠진 분야로는 기계공학, 전자공학, 건축학 등이 추가될 수 있다. 단지 관련성의 이슈일 뿐 원론적으로는 사용자 경험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모든 학문이 전부 UX와 관련될 수 있다.
Figure 1. The Disciplines of User Experience, Dan Saffer, 출처 : kickerstudio.com
UX관련학문의 구조모델을 보면 UX는 다양한 학문적 이해를 바탕으로하며 단순한 실행을 의미하는 바가 아니라, 대상 상품을 디자인 함으로서 완성된다는 점이 기존의 나열식의 UX관련 학문적 정의 모델과는 다르다. 전자공학과 디자인등이 밑바탕을 이루어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 Centered Design)의 모체가 되고 사용자 중심 디자인 관련 영역으로부터 접근방식, 조사기법, 최종 구현 방식까지의 단계를 학습을 해야만 각 디자인 분야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기반을 갖추고 나면 전체 구조의 설계와 논리적 심미적 디자인 모두를 탄탄히 갖추어 목표하는 UX를 창출하게 된다.
Figure 2. UX Temple, 산업공학과 함께하는 혁신 아이콘, 나대열
최근 들어서는 최상의 UX를 제공하기 위해서 제품, 서비스, 컨텐츠를 연계하여 하나의 에코시스템(Eco-system)을 만들어 고객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총체적인 경험(Holistic Experience)를 디자인하여 제공하고 있다. 인간중심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내에 하나의 학문으로서의 HCI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HCI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의 하나의 분야로서 개념적으로 IT를 중심으로 두고 발전되어 온 UX중심으로 달려온 산업계와는 달리, 1990년대 초반부터 그림3에 있던 관련학문들과의 융복합화를 서서히 추진해왔고 2005년도 김진우의 ‘HCI 개론’이라는 책에서 아래와 같이 관련 분야를 정의하였다.
Figure 3. HCI와 관련학문, 출처 : HCI개론, 김진우, 안그라픽스
여기서도 산업공학과는 핵심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산학이 컴퓨터를 위한 공학이라면, 산업공학은 인간을 위한 공학이라고 불릴만하다. 업계에서 HCI의 활동을 살펴보면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여기서는 제품 혹은 서비스)을 분석하여, 이를 사용하는 인간 중심으로 문제점을 파악하여 새로운 개선안을 만드는 일이 HCI를 도입한 주된 역할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과업분석(Task Analysis)이나 사용성평가(Usability Test), 발견적평가법(Heuristic Evaluation), 인지적시찰법(Cognitive Walkthrough), 민족지학(Ethnography), GOMS등의 방법들이 활용되었으며, 이 모든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개선방향을 제안해왔다.
Figure 4. Human-related Study Evolution, 출처:산업공학과 함께하는 혁신아이콘 UX, 나대열
HCI가 사용성과 같은 효과, 효율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면, UX는 결과적인 감성적으로도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매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감각적인 레벨의 시각, 청각, 촉각적인 만족 및 이를 탄탄하게 뒷받침 하는 안락한 사용감을 주기 위한 단순하고 논리적이며 가장 인간적인 규칙을 인터페이스로 구현하고 있다. 바로 이 순간(Interface, Layout, procedure of interface, interaction)을 만들어내는 학문적 연구와 디자인결과물의 총아가 UX디자인인 것이다.
2. User Experience 프로젝트의 태동
국내 UX의 역사는 신화만큼이나 남아있는 자료도 거의 없고 학계의 활동도 거의 없었다. 구체적인 개념정의 이전에는 ‘사용자 경험(UX)’ 용어 이외에도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와 같은 용어들이 병행하여 사용해 왔었다. 초반의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UI의 개선이나 사용성 개선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UX를 접근해왔다. 이때에는 HCI와의 구별점도 없었다. UI개선을 위해서 HCI를 활용한 정도로 볼 수 있다. 공식화 된 사례로는 2002년 필자가 SK Telecom의 3G 서비스인 ‘June User eXperience Consulting’을 디자인 했었을 때 처음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이때에는 셀룰러 네트워크가 2G에서 3G로 넘어가는 사이에 변화할 수 있는 사용자의 삶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경험의 변화를 토대로 하여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미디어’로 정의하였다. 당시 무선서비스는 도서관 개념처럼 모든 정보들을 빠르게 검색하고 찾아서 이를 폰에 다운받거나 바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Information Architecture가 잘 정비되어 있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는 ‘미디어’의 개념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구조, UI구조, 결과적으로 체험되는 사용자 멘탈모델의 방향성까지도 예상하여 디자인하였다. 결과적으로 사업적 결과는 폭발적이었으며 June은 SK Telecom의 새로운 주도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것이 UX의 숨겨진 힘이 아닐까?
3. MP3 Player의 성패와 UX
98년 앰피맨(MPMan)의 출시 이후 2001년 iRiver 및 iPod 1세대가 출시되고 나서 세상은 이들 제품에 주목한다. iPod의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새로운 경쟁에 불을 지핀다. 이제까지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제품경쟁의 경쟁구도에서 애플이 내세운 iTunes 스토어를 중심으로한 UX기반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서서히 그리고 강력하게 한국시장을 잠식해간다. 그 성공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인간중심적인 접근과 감성적인 인터페이스가 성공의 요인이라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갔다. 결과적으로 이제까지 비주류였던 인간공학, 산업공학, 소프트웨어 공학을 모두 아우르는 융복합적 접근 즉 HCI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었다.
<그림 5> 새한미디어의 MPMan 출처 : homotron.net |
<그림 6> 아이팟 1세대 출처 : Apple.com |
제품을 좀더 높은 품질과 완성도를 위해서 산업공학과가 할 수 있는 기여 방법은 훨씬 구체적이다. 최소한 사용자의 손안에 적절한 크기와 감성적 파지감(Grip감), 적절한 화면크기 및 해상도, 다수의 컨텐츠를 네비게이션하는 목적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등에 대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잘 엮어서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그런 산학연의 종합적인 산출물을 만들어 제안해줄 수 있는 역할도 기대할만하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이제까지 디자인의 일부, 소프트웨어 설계의 앞단에서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상품기획 업무의 가시화를 담당하던 UX부서가 직면한 그리고 요구받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단순히 정보의 위계(Hierarchy)를 두어 탐색하게 했던 기존 인터페이스와는 달리 수백곡에서 수천곡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선곡을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새롭게 휠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제시한 애플은 해당 방식을 채택하고 이를 점차 체계적으로 발전시킨다.
Figure 7. iPod 1세대. ‘Touch Pad for Handheld Device’ 특허, 출처 : ilounge.com
3. Full Touch Phone과 UX
2007년도 새해의 아침은 희망찼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불어닥치는 인터페이스의 편동풍은 ‘경험전쟁’을 불러 일으킬 만큼 거대한 허리케인처럼 국내를 상륙했다. 이로서 발생한 아이폰의 인터페이스 쓰나미는 IT강국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아 버렸다. 1달정도 먼저 출시된 PRADA폰이 미처 빛을 발하기도 전에 풀터치 폰의 세상을 상향 평준화 시켜놓은 아이폰은 전세계 스마트폰의 논쟁을 한순간에 잠재웠다.
<그림 8> PRADA Phone 1세대 출처: coolpicking.com |
<그림 9> iPhone 특허 출처 : engadget.com |
아이폰이 내어놓은 손까락 터치 인터페이스(Finger Touch Interface)는 그 동안 인간에 대한 연구와 수치 정보들 국내의 어떠한 연구로도 전체가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2인자와의 간극을 크게 넓혀 놓았다. 그들이 제시한 고도화된 UX디자인은 인간공학적 측정 및 평가나 기존 제품에 대한 분석만으로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UX디자인 계에서는 이 간극을 단기간에 채우기 위해서 ‘감성디자인’이나 ‘감성공학’ 범위내에서 이를 해결해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렇지만 기업체만의 단기적 대응이나 산학 프로젝트 몇개 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애플을 너무 얉잡아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지식의 체계화와 상업화의 천재들이 만든 제품을 단시간에 따라잡기엔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피처폰(Feature Phone)에 터치를 입히느라 고생을 한 PRADA 엔지니어들의 수고와는 한 차원 다르게, 애플은 기존 PC용 OS의 최적화와 제품의 신뢰도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지속적인 Beta의 Upgrade를 통해서 소프트웨어의 불완정성을 점차 보완하는 정책을 가져갔고, 무엇보다도 인간중심으로 소프트웨어의 로직을 세팅하고 이를 최적화하는데 많은 기간을 보낸 것으로 대내외적인 분석자료들은 판단하고 있다.
4. Finger / Body Gesture / Voice-recognition으로의 변천
2006년 닌텐도는 Nintendo-wii를 발매하고 전세계에 출시한다. 이는 Gesture를 Wii mote라는 컨트롤러를 통해서 인식하도록 하여 Game을 컨트롤 하도록 한 세계 최초의 게임기이다. Gesture를 인식시키는 인식률의 약점을 위모트를 통해서 정확도를 향상시킨 컨셉으로 볼 수 있다.
<그림 10> 권투게임 출처 :technologyblogged.com |
<그림 11> 닌텐도 위, 출처 : wikipedia.com |
UX측면에서 2007년은 새로운 이벤트가 많았다. iPhone이 첫 출시되고, 그 해 5월에 ‘마이크로소프트사’가 ‘Surface Computer’를 출시한 바 있다. 서피스 컴퓨터는 거실 장악을 Media Center를 통해서 시도해본 MS가 새롭게 제시한 거실용 컴퓨터이다.
Figure 12. Microsoft Surface Computer 사용 장면, 출처 : rajeshrana.blogspot.com
그 다음해 2008년 Google의 첫 안드로이드 폰이 나오면서 전전긍긍하던 대한민국 제조업체들은 신라가 당나라 원군을 만난듯 기뻐하며 너도나도 이를 채택한다. IT강국 대한민국의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였으며 이를 도입하면서 스마트폰을 준비했다. 그리고는 이때까지 늘 해왔던 것처럼 Quick Follower전략을 구사하여 이를 따라잡기를 5년째.. 하지만 지금 어느정도 성공한 듯 보이는 것은 영속될 수 없는 사상누각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Figure 13. 최초 안드로이드폰/ HTC G1, 출처 : news.softpedia.com
2010년 MS의 회심의 역작 Body Gesture 상용화 기술의 출시는 UX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시도의 방법으로서 적극 검토되었다. 이제부터는 왜 UX를 하고 왜 HCI를 하느냐의 이슈가 묻지도 않고 왜 이를 빨리 상품에 도입하지 않는 것이 이슈가 될 정도로 산업계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전환된다. 이 기술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업체들은 전세계의 모든 IT기기의 승부는 인터페이스를 무기로한 경험 전쟁으로 접어들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림 14> MS Kinect 게임장면, 출처 : cultofmac.com | <그림 15> MS Kinect, 출처 : engad |
설상가상으로 2011년 시리(Siri)의 출현 전 그 누구도 음성인식이 아이폰의 다음이 될꺼라는 것을 짐작도 하지 못하였다. 이제 IT의 패러다임 자체가 인터페이스 중심의 UX로 전환되어 버렸고 이제는 이것을 거슬러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에 소개했던 모든 기술들이 모두 상업적 성공을 보장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UX관점에 사용자들의 매력적인 기법들을 모두 제시하였고, 또 이는 모두가 HCI 및 산업공학과의 관련성은 매우 밀접하다.
결론
UX디자인 혹은 HCI와 같은 융복합학과(Multi-disciplinary)는 이제는 선택적 시도가 아닌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계의 근간이 되었다. 기초학문에 취약하고 핵심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한 우리의 실정을 볼 때 UX디자인, HCI와 같은 오픈형 융합학문들이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버금가는 위기가 올지 모른다. 1997년 G7 프로젝트중 하나였던 감성공학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너무 순수혈통을 강조하는 학계의 식견이 새로운 학문의 발전에 저해요인일 수 있다.
이제는 제조회사라는 구분도 서비스 회사라는 구분도 점차 영역이 사라지고 있으며, 현재의 회사들도 모두가 옛 터전을 버리고 ‘경험회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거듭나지 않으면 다음 세대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 출시 시점에도 기존 제조회사들은 자신들만의 Walled Garden에서 승리의 샴페인에 도취되어 있었고, 아이폰으로 인해 무너지는 회사들은 안타까운 희생양인듯 비아냥거리며 몇년을 더 버텨왔다. 한국의 IT변화를 주시하고 실리콘 밸리에서 차분히 준비를 해오던 미국은 그동안의 모든 기술과 역량을 총동원해서 가장 핵심적인 종합기술을 선보이는데 이것이 그동안도 가치에 비해 평가절하되었던 ‘Touch Interface’였으며 그 이후에 지속적인 실용화된 인터페이스를 시도해오고 있다.
이제 아이폰의 터치인터페이스의 성공은 타 애플 제품의 구입에도 파생되고 있다. 이러한 구매의 도미노 현상을 이겨내기 위한 국내의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UX혁신을 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은 곧 문제에 봉착할 것이며, 여기에 근간을 단단히 해줄 기초학문들의 기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등안시했던 인간공학,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학계의 움직임을 주도할 학계의 중심은 어디에 있을까?
UX디자이너들은 학문적 경계에 상관없이 모든 정보채널로부터의 정보를 창조적으로 화학적으록 결합하여 이를 UX솔루션화 하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미래의 경험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충분한 기초 및 응용 연구자료는 공학쪽에서는 산업공학과가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중장기적 기초/응용 학문적 연구를 산업공학과에서 담당해주고 이로부터 파생된 많은 벤처들이 성공적인 데뷰를 할 때 성공적인 UX의 제공이 가능해지며 이것이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해줄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원문 : http://kiie.org/journal/journal05.asp
2012.03
나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