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UX 디자이너로서 지난 해 11월말, 우연히 ‘웹월드 컨퍼런스(Web World Conference 2009)’에 모바일 UX(User eXperience)에 대한 강연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과 그 언저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시점은, 우연의 일치이지만, 공교롭게도 제가 디자인 기획그룹장의 자리를 버리고 고된 디자이너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하고 다시 전공서적을 뒤적이며 공부를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스스로 사용자가 되는 것이 진정한 사용자 경험을 얻는 일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강연을 할 기회를 얻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마치 필연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강의라는 것이 강의 내용뿐 아니라 관련 업계 트렌드 등 훨씬 더 많은 지식을 필요로하다 보니, 원래 마음먹었던 공부보다 훨씬 빡세게(^^;;) 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강의의 주제는 ‘모바일 관점에서 본 2009년 국내외 베스트 디자인 사례 및 활용 방안’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강의를 한 것이 95년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떨리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장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그곳에 누가 올지 모르니,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더군요.
감성과학회 Keynote Speech(좌) & Web World Conference 2009, 참석자들(우)
이번 기회를 통해서 UX 분야에 대해 그동안 제가 놓쳤던 트렌드도 파악하고,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강의에 대한 자신감도 생겨났죠.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고객의 입장, 사용자의 입장이라는 말에서부터 이미 거리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오히려 나 스스로 고객이 되어 제품을 보고 서비스를 본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고객의 입장이 아닐까 하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사용자 경험으로 더 가치있는 서비스 디자인에 도전한다
이렇게 우여곡절 강의를 마치고 한 달이 채 안되어 MC연구소의 모바일 UX 업무 파트장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결심했던 대로 디자이너로서요.^^ 박찬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 저는 새로 등용이 되었다는 그런 기분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몸, 어깨, 구질에 대한 감을 다시 익히고, 다시금 그라운드에 나와야 합니다. 관중석에는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자, 그럼 이제 첫번째 공을 한번 던져 보겠습니다. 받으실 준비가 되었죠?
마운드에 서다 – 라운드 하나
몇 년 전부터 우리에게는 ‘User Experience Design’혹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는 말이 서서히 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UX가 지금까지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줄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해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개념은 1998년 경에 우리나라에 서서히 도입되기 시작했고, LG전자에서도 오래 전부터 서서히 시도되다가 2000년대 초부터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User Experience Design’은 무엇일까요?
UX 디자인이란 편리하고 쾌적한 경험
가장 현재 진행형 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정의를 찾아보니 “사용자 경험 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 UX Design)은 경험 디자인의 한 분야로서 사용자가 제품과 시스템을 지각하는데 영향을 주는 구조 설계와 인터랙션 모델을 디자인하는 영역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에도 여전히 어렵군요.
그런데, 토마스 백달(Thomas Baekdal)은 알기 쉬운 사진 두 장으로 UX 디자인을 쉽게 설명해줍니다.
출처 : The Battle between usability and User experience
여러분은 어떤 도로를 달리고 싶으십니까? 속도전이 필요한 치열한 영업의 현장에서는 왼쪽과 같이 뻥 뚤린 고속 도로가 필요하겠지만, 음악이나 영화와 같이 여가를 즐기는 경우에는 오른쪽의 도로가 좋지 않을까요? 이 도로를 이용한 사용자는 정말 멋진 경험을 했겠지요? 결국, UX 디자인을 통해 여러분들은 편리하고 아름답고 쾌적한 경험을 하실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실 수 있겠습니다.
UX 디자인이 지향하는 미래의 휴대폰
Mobile Service UX 콘셉트 (출처: Adaptive Path.com)
휴대폰에서의 UX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물리적인 휴대폰의 겉치장이 부담스럽다면 윗 그림과 같은 모습일 것 같습니다. 얇은 스크린만으로 다양한 기능이나 콘텐트, 서비스를 한 손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 이것이 휴대폰 UX 디자인이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요?
만약, 물리적 휴대폰 없이 스크린만으로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이것은 바로 새로운 콘셉트의 UX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7년 3월, 아직 터치폰이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 키패드 방식에 식상해있던 고객에게 아이폰보다도 먼저 터치스크린 방식을 적용했던 LG의 프라다폰. 바로 그것이 UX 디자인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왼쪽은 PRADA폰(KE850) & 오른쪽은 제가 사용하던 폰 키패드 방식의 슬림TV폰(LB1500)
뉴초콜릿폰 문자전송화면
우리는 휴대폰을 통해서 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남기고 간 자취를 통해서 소통을 합니다. 통화를 하면 통화 목록이 남고 문자를 받으면 문자메시지가 남으며, 때로는 사진이 담긴 문자가 오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기능을 무리없이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의 사고구조와 일치시켜서 만든 화면구조 설계 때문입니다.
때로는, 내가 자취를 만드는 주체가 되어 휴대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 문자 메시지, 메모 등을 남기고 사람들과 소통을 합니다. 이런 과정이 실패없이 성공적으로 쾌적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나의 사고 구조와 일치된 화면 구조가 필요한데 이러한 소통을 ‘상호 작용(Interaction)’이라고 합니다.
왼쪽 화면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화면입니다. 고객들이 맨 처음에 받는사람 번호를 먼저 입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대로 받는 사람 번호가 먼저 나와야 하고, 번호를 입력하는 항목에서 숫자 다이얼 패드로 편리하게 입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 그렇게 보여져야 합니다. 이처럼 고객의 사고 구조와 똑같은 구조를 갖는 휴대폰이 가장 사용하기 쉬운 휴대폰입니다.
고객의 ‘심성 모형’을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려는 노력
C사 계산기(좌) & LG-SU960 크리스탈폰 계산기(우)
자, 이제 왼쪽의 두 계산기를 비교해보시면 자판은 많이 다르지만 작동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에 오른쪽의 휴대폰 계산기를 무리 없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계산기는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라는 학습이 이미 되어 있어서, 약간의 융통성만 발휘해준다면 바로 휴대폰의 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 구조를 전문용어로는 ‘심성 모형’이 일치한다고 합니다.
결국 UX 디자이너가 고객의 심성모형을 정성껏 조사해 이를 제품 디자인에 반영한다면 고객이 사용하는데 전혀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고객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
세계 최초 CDMA 방식의 휴대폰(LDP-200)
이번에는 ‘전화를 건다’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과거의 전화기는 수화기를 들고 전화번호를 바로 누릅니다. 그런데 휴대폰은 수화기가 곧 휴대폰인데 그러면 어떻게 전화를 걸어야 할까요? 휴대폰은 일반 전화기와 달리 전화번호를 누르고 나서 센드(SND)라는 버튼을 눌러야 전화가 걸립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몇 번의 실수를 반복해야 제대로 전화를 걸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실수를 하지 않을까’에서 시작해 ‘어떻게 하면 고객의 고민없이 편하게 휴대폰을 사용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저희 UX디자이너가 매일매일 하는 일입니다. 퇴근하는 제 호주머니 속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휴대폰이 있으며, 저 뿐만 아니라 MC사업본부의 많은 연구원들의 소지품에도 많은 핸드폰이 항상 고객의 생각을 반영하기 위해서 준비되어 있습니다.
쉬운 예를 들어 UX 디자인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했는데, 아직은 도로의 오른편 그림처럼 시원하게 느껴지지는 않죠? 그 이유는 ‘사용이 편리하다’는 명제는 이제 매우 당연한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쾌적의 최소조건은 만족이 된거죠. 그렇다면 그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라운드 원에서는 UX 디자인의 정의와 심성 모형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에는 본격적인 라운드 투가 계속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원문 : https://social.lge.co.kr/product/290_/
나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