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서 이별까지, 고객과의 사용자 경험은 계속된다
안녕하세요. UX디자이너로 일한 지 이제 막 두 달에 접어든 나대열 책임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지향하는 최고의 휴대폰은?)에서는 UX디자인이 무엇인지, 심성 모형이 무엇인지 설명 드렸는데요. 결국, 이 모든 것이 고객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 폼만 잡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오늘 포스트에서는 가능한 좀 더 구체적으로 와 닿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꾸벅. (야구도 본격적인 실력 발휘는 2회전부터라고 하잖아요~)
프라다폰으로 터치UX 분야를 선도해 온 LG
2007년 3월 세계 최초의 풀터치폰인 LG 프라다폰의 출시는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동안 보편적인 휴대폰의 형태였던 바-플립-폴더-슬라이드로 이어지는 휴대폰 디자인 트렌드에 세계 최초로 ‘전면 터치스크린 방식’을 접목한 프라다의 첫 시도가 100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시 LG가 진정한 ‘풀 터치 방식 휴대폰의 승자다’라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되짚어보니 99년인가 국내 최초의 PDA인 LG모빌리언처럼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관련 사례가 몇 가지 더 있었더군요. LG가 그동안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선구자적 시도를 많이 했었습니다만, 당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습니다만, UX 관점에서 보면 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사용의 편의성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UX’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LG도 PDA에서 실패 사례 속에서 배운 값진 교훈을 프라다폰에 정교하게 반영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죠. 그러고보면 시행착오는 혁신의 동반자인 것 같습니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라는 경영이념을 실천하는 사용자 경험(UX) 분야
UX 초창기 때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 말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란 말과 경쟁하다가 결국 UX라는 용어로 통합되었습니다. 일명 언어의 사회성이라고 하죠? UX를 잘한다는 의미는 시장에서 그리고 고객에게서 호응을 얻는다는 말로 정리되는데요. 그래서 UX의 범위도 제품이 고객(사용자)과 첫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하는 광고, 매장, 제품 구입 후 Box 개봉, 설치, 사용, 폐기 및 재활용에 이르는 전 범위를 포함합니다. 도표로 그리면 아래와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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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사용자 경험 (Mobile User Experience) 디자인의 분야, 나대열, 2010
저처럼 사용자 경험에 관여하는 사람들에게도 일에 관해 물어볼 때, 그냥 “UX 하십니까?”보다는 “어떤 분야에서 UX하시나요?”라고 물어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뭐 블로거 분 중에는 ‘에? 이렇게 분야가 많아?’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하나하나 뜯어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
홍보와 광고에서 벌어지는 Media UX
홍보나 광고 이러면 마케팅이나 홍보 담당자지, 웬 UX냐고 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선 이 과정에서의 UX란, 고객들에게 ‘사진 편집, 이렇게 쉽습니다.’와 같은 좋은 기능을 추천하는 방법, 또는 제품 설명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또 이 과정에서의 상호 작용은 어느 정도로 제공할 것인지, 실제 구매를 편안히 하는 데까지 어떤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등을 고민합니다. 이것을 웹을 통해 하게 되면 ‘웹 UX’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뉴초콜릿폰 광고에서 사용된 휴대폰 Media UX 디자인
매장에서 벌어지는 UX, Shopping Experience
이 분야에 대해서는 이미 <고객과 처음 만나는 매장디자인의 숨은 발견>에서 자세히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제품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또 어떤 정보를 드리는 것이 효과적인지, 그리고 우리가 추천하는 제품은 어디에 배치하면 고객들이 보기에 편할지를 고민하는 것도 UX의 한 분야입니다.
제품 개봉 과정에서의 경험, Out of Box Experience
유투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면 종종 ‘Out of Box Experience’라는 용어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제품을 경험하는 것은 상품 박스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UX 디자이너는 박스 자체부터 고객이 최종 박스를 열어 제품을 꺼내놓을 때까지 모든 것을 편리하게 경험하도록 포장, 매뉴얼 등을 세심하게 디자인합니다. 이것을 약자로 ‘OOB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매우 중요한 경험이고, 저 역시 매뉴얼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빛 감지 센서를 이용하여 개봉하면 '띠리리잉~ 찰칵! 찰칵! 싸이언!'이라는 음성 안내가 나오는 뷰티폰의 박스 UX
제품 사용에 앞선 최소한의 설치, Install UX
다음 그림에서처럼 기존 휴대폰 데이터를 백업하기 위해 케이블을 연결하는 행위도 ‘설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설치 잭이 앞뒤가 구별되지 않거나, 혹은 케이블 모양이 비슷해 다른 케이블을 연결하다가 연결 부위가 망가지거나 하는 것은 수시로 설치, 제거를 하는 고객에게 부정적인 UX를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을 포카요케(Fool’s Proof)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바보라도 실수할 수 없도록 UX를 디자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뉴 초콜릿폰 통신케이블 연결 화면
제품 사용에서의 UX, Phone UX
한참을 달렸습니다. 이 분야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UX 디자인 분야로, 디자이너가 매일 베고, 깔고, 안고 사는 영역입니다. ^^ 지난 시간에 소개해드린 내용(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지향하는 최고의 휴대폰은?) 도 바로 이 분야에서의 기본 UX 지식인데요. 뭐 여기는 별도 시간으로 소개를 해도 모자랄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해서,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활용, 재사용, Uninstall, 폐기 과정에서의 UX
이것마저도 UX?라고 의문을 가지실 수 있는데요. ‘코펜하겐기후변화 회의’도 있고, ‘교토의정서’도 있고, LG가 이런 면에서 뒤처지면 안되죠. 2006년도엔 국내 최초로 유럽연합 공식 환경안전 인증기관으로부터 100%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도 받았습니다. 버려지는, 그 마지막까지도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최고의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LG전자 표준충전기(좌) & 2009년 EISA에서 Green Mobile phone Award 수상한 아레나폰(우)
숨가쁘게 달려왔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오늘 빼놓은 UX 디자인의 핵심, 바로 제품 사용에서의 UX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제가 하는 소프트웨어 UI 관점이 크겠죠? 많은 기대 바랍니다~
원문 : https://social.lge.co.kr/product/313_/
나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