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분석에 의해서 태어난 G5
개인적으로 난 트랜드 분석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큰 거시적 방향성은 참고할 수 있지만, 작은 마이크로 트랜드에서 UX의 방향성이나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늘 성공한다면 그것은 트랜드를 끌고 가는 사람이거나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G5가 태어나기 몇년전에도 그러니깐 적어도 12~13년에도 트랜드 분석을 했었다. Technical Trend, Social Trend, Product Trend, UX Trend까지 하지만 트랜드가 정리되어 있어도 트랜드를 분석하는 눈이 제대로 있지 않는다면 그 수많은 정보를 합성하여 쓸모있는 트랜드 분석표를 만들수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트랜드 분석은 절대 외주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즉 누가 대신해 주지 못한다. 트랜드 분석은 필요로 하는 그런 사람이 직접 수행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수혜부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직접 트랜드 기획, 조사, 분석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어쨌든 그런 트랜드의 안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수많은 트랜드 정보들이 다 들어가 있고 그 안에는 트래디한 제품들이 다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즉 빠짐없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 그 분석에서 결과물을 뽑을 때에는 하나도 남김없이 그런 트랜드들이 반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가 G5일 것이고 수많은 인력이 붙어 만들어낸 리서치 결과물로서 G5는 탄생했음이 분명하다.
조립PC아닌 조립폰 등장
2013년도 네델란드 'Dave Hakkens'는 졸업프로젝트로 Phonebloks이라는 작품을 등장시켰다. 당시 아직은 제품들이 아이폰제외 안드로이드폰이 스펙경쟁을 하던 시절이었다. 또한, 어떤 OS가 들어가 있느냐로 경쟁을 했었다.
Dave는 매번 스마트폰의 스펙이 개인의 니즈에 맞지 않는 것에서 착안, 마음대로 필요한 기능 모듈을 넣어서 개선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었었다.
4차 산업혁명과 3D프린팅 특허의 소멸시기
Dave의 아이디어는 당시 휴대폰 부품을 싸게 구입해서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되었고, 전세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고 3D 프린팅의 특허권이 곧 소멸된다는 소식과 함께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또한, 구글의 입장에서는 아직은 힘이 강력한 제조사들이 구글의 OS진화방향과 다른 의견을 내면 이를 조율해서 반영하고 하는 비지니스를 영위해 왔는데 혼자만의 힘으로 3rd 파티 하드웨어 개발자들과 ecosystem을 만들어서 엮어서 사업을 독자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제조사들을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었으리라. 이 시점에 나온 조립폰은 그야말로 제조사로부터 제조에 대한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또한, MS가 IBM 호환PC를 등에 업고 수많은 조립PC의 등장으로 License 사업을 성공시킨 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60억(6 billion)의 휴대폰 사용자가 모두 Google의 폰을 조립해서 사용한다면 그래서 개별 제조사들보다 더 빠르게 스마트폰이 확산된다면 구글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강력한 driver가 없는 상황으리라.
구글 Ara의 등장
Dave와는 상관없이 어쩌면 훨씬 더 일찍 구글이 모토롤라를 Lenovo에 팔때, 구글은 Ara를 만들 팀은 분사시키지 않고 사내에 두고 비밀프로젝트를 진행해갔다. 2013년 10월 모토롤라는 Ara라는 프로젝트로 공개한다. 구글의 Nexus폰과 함께 차기 Nexus폰으로 나올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제조사들의 셈법은 빠르게 돌아갔다.
구글 Ara의 문제
구글 Ara는 부품단위의 조립 비지니스는 PC와 마찬가지로 부분최적화는 가능하지만 전체 최적화가 불가능했다. 또한, Android OS가 빠른 속도로 Version Up하는 상황에서 개별 모듈별 Driver를 제공하거나 혹은 부품별 제품의 Ecosystem이 완성되지 못했다. 또 구글이 하드웨어의 리더쉽을 가져가는 순간, 제조와는 이별을 하게 된다. 당시 윈도우모바일이 전략변화가 감지되었었고 또 아직은 애플주도의 스마트폰 시장을 제조사의 협조 없이는 스마트폰 시장을 끌고 가기 버거웠으리라 ...
또 구글이 MS에 부러워 했던 것처럼 조립PC시장으로 생각하고 조립폰을 생각했었지만, 조립폰 시장은 조립PC라기 보다는 랩톱시장과 비슷해서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은 정해져 있더라도 PC자체의 전체 최적화 부품간의 적합한 호환성등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러기에 조립폰으로 대응하기엔 스마트폰 시장을 올바로 이해하기 힘들었으리라...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G5
2016년 2월 LG는 G5를 내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반전을 꽤했다. 당시 LG는 삼성에 비해서 1/10수준의 개발인력을 보유하면서 삼성만큼의 최적화 기술은 부족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사용해서 삼성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러기에 늘 하드웨어 중심의 새로운 Game Changer를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그래서 탄생했던 것이 G5였다. G5는 휴대전화는 기본기능만을 제공하고 다양한 하드웨어와 액세서리들이 지원을 통해서 강력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획되고 개발되었었다.
전략적으로는 하드웨어 중심이기에 소프트웨어 우위가 있는 기업들은 따라오기가 어려웠었고, LG보다 덩치가 작은 Follower들이 따라오지 못하였으며, 구글이 생각하듯 LG만의 액세서리 Ecosystem을 만들어서 개발회사들을 늘려갈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instant하게 사용을 했어야 하고, 또 액세서리의 구입비용이 본체가격에 맞먹기도 하며, 디자인 자체의 조화로움이 부족하여 시장에서 참패를 하게 된다.
제조를 하면서 만들어내는 수율의 문제도 있었고, 또 부품가가 지나치게 비싼 것도 문제가 있었다.
물론, 뒷북 험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마는... 적어도 조립폰, Module식 폰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래리 태슬러의 뉴튼 PDA가 아이폰을 낳듯
뉴튼이 아이폰의 아버지였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만큼 아이폰의 원초적인 기능을 뉴튼에서 이미 구현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가 만든 G5도 현재는 실패했고, 실패의 역사로 기록될 수 있지만, 이것을 실수의 역사로 놓고 성공할 때 까지 지속성을 갖고 신기술을 통해서 갈고 닦는다면 LG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스티브잡스가 뉴튼을 재탄생 시키듯 새로운 천재가 필요
LG가 실패한 많은 제품들 중에는 아쉬움이 남는 제품들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재적인 비지니스 감을 갖는 사람이 다시금 LG의 강점을 살려서 제품을 만들었을 때 다시금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5-10년 중장기적인 준비를 꾸준히 해야 Game의 Rule을 바꿀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뚝심이 있고 실패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는 문화가 도입되어야 판을 바꾸는 제품의 완성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기대하고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이 다시금 시도할 수 있도록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상품기획이 다시 이루어지고 새롭게 G5는 재탄생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0.02.28
나쌤.